영-시

시선을 사로 잡는 독특한 문구 소품 편집숍 | ‘디·방구’ 페이퍼보이

디·방구 페이퍼보이(Paperboy Studio)는 봉산문화거리 중심가 옆 골목으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문구 소품 편집숍이다. 일반적으로 보기 힘든 문구 소품들을 많이 다루는 곳이며 특히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이 많은 편이다.

페이퍼보이 바깥유리창에서 안을 바라본 전경이다
페이퍼보이 내부사진

나에게 있어 페이퍼보이는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자주 찾지 않는 위험 장소 중 하나다. 실제로 위험해서가 아니라, 한 번 들어가면 눈을 사로잡는 소품들에 현혹되어 이것저것 사버리게 되는, 흔히 말하는 지갑이 ‘위험’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화방이나 문구점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는 디자이너나 그림을 그리는 직업을 가진 사람라면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특히 페이퍼보이는 작고 소소한 필요성에 주목한 제품을 위주로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공간이라, 일본 특유의 세세한 관찰력과 사용자를 배려한 포인트들이 가득 한 문구들이 즐비해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러한 점이 유용한 쇼핑이 가능한 곳이라고 생각이 든다.

지금이야 워낙에 시장 규모 자체도 커지고, 구매자의 다양한 욕구를 해결해 주고도 남을 만큼 다양한 문구 소품 브랜드들이 등장하면서 필요성을 거의 못 느끼지만,이곳은 어린 시절 작은 문방구를 누비며 신기하고 새로운 장난감을 볼 때마다 빨갛게 얼굴이 달아오르던 흥분감을 다시 느낄 수 있음에 의미가 있다. 내게 페이퍼보이는 어린 시절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해주었던 소중한 공간이었다.

페이퍼보이만의 독특한 문구들이 낮은 탁상에 전시되어있다. 토끼,곰돌이 모양 꽂이 등 다양하다.
페이퍼보이 상품들

페이퍼보이는 수요일에서 토요일까지, 1시부터 8시까지 영업을 하고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무다. 살짝 느슨한 시간표이다. 그렇다고 딱 1시에 문을 연다거나 또 꼭 8시에 문을 닫는 가게는 아닌데, 문구점을 운영하는 주인장, 배현재 사장은 페이퍼보이를 운영하면서 그래픽디자인 일을 외주로 받아오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주로 브랜딩 작업이나 그래픽디자인 포스터 같은 것들을 만들고, 이전에는 대구에서 최초로 리소 프린팅 숍을 운영하기도 했다.

페이퍼보이 글씨가 적혀있는 흑백 사진들이 벽면에 붙어져 있다.
페이퍼보이 벽면
단정한 수첩들이 가지런히 나열되어있다.
페이퍼보이 상품들

직접 문구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라는 그에게서 문구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페이퍼보이는, 봉산문화거리를 방문한다면, 그리고 문방구나 문구점 구경하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들러 볼 만한 보석 같은 가게이다.

이번 주말에는 여기저기에서 수입된 신기한 문구들을 구경하고, 넉살 좋은 주인과 한담 나누면서 옛날 생각도 하고, 그렇게 소소한 휴식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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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구민호 2022.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