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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포스터, 100% 영감 | 《100 베스테 플라카테》

‘베스테 플라카테(beste Plakate)’는 독일어로 ‘최고의 포스터’를 뜻한다. 《100 베스테 플라카테》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3개의 독일어권 국가에 걸쳐 진행되는 포스터 공모전이다. 이 공모전에서 선발된 포스터들은 매년 장소를 옮겨가며 열리는 동명의 전시회에 진열된다. 독일어권 국가들의 그래픽 디자인 흐름을 엿볼 수 있고, 실력 좋은 디자이너들을 발견하기도 좋아서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화제다.

《100 베스테 플라카테 21》의 오리지널 포스터

100 베스테 플라카테의 ‘한국’ 전시는 2018년 《100 베스트 플라카테 17》 전시를 시작으로 올해로 벌써 5회를 맞았다. 이 화제의 전시를 한국으로 옮겨 오는 데에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로호타입과 두성종이의 힘이 컸다. 2022년 8월부터 10월 초까지 열리는 《100 베스트 플라카테 21》 전시는 두성종이의 서초본사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두성종이 서초본사 전시장 입구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1, 2층 전체 공간을 가득 채운 A0 포스터 행렬이 시선을 압도한다. 포스터를 벽에 붙이지 않고 서로 등을 맞대고 ‘ㅅ’ 자로 세워둔 전시장의 포스터 진열이 낯설지만 새롭게 보인다. 포스터 앞 바닥에는 1번부터 100번까지 번호가 붙어 있어서 전시 리플릿을 보고 포스터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A2 크기로 제작된 전시 리플릿을 신문처럼 펼쳤다 접으면서 전시장을 돌아다니면, 마치 지도를 찾아보며 각 나라를 탐방하는 느낌이 든다.

《100 베스테 플라카테 21》 전시 전경

각 포스터는 세 가지 카테고리(A, B, C)로 나누어져 있다. A 전시 공간은 공공 공간 혹은 반공공 공간에 게시하기 위해 의뢰 받은 산업, 문화, 사회 문제를 다룬 포스터들을 볼 수 있고, B는 실험적인 작업을 모아 놓은 포스터들을 볼 수 있고, 그리고 C는 학교에서 지도받은 학생들의 포스터들을 볼 수 있다. A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포스터들 중에서도 특히 독일의 포스터들은 실험적이거나 표현적인 작품들이 눈에 띈다.

A2 크기로 제작된 《100 베스테 플라카테 21》의 전시 리플릿
왼쪽부터 ➀, ➁

이미지와 이미지의 조합, 과거와 미래의 조합, 실물과 그래픽의 조합, 과정과 결과물의 혼재 등 서로 다른 요소들을 섞어 새로운 장면을 연출한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KM60’은 도형의 반복을 이용해 2차원 지면을 3차원의 공간으로 활용했다. ‘게스너알레(Gessneralle)’는 실제 인물들이 서 있는 사진 안에 그래픽으로 표현된 동물이 함께 앉아 있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마치 2개의 세계가 섞여버린 것 같은 재미를 준다.

왼쪽부터 ➂, ➃, ➄

학생들의 작품도 눈에 띈다. 이번 《100 베스트 플라카테 21》에는 벨기에 겐트 왕립미술아카데미 KASK, 루체른 미술디자인대학교➅, ➆,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교, 오펜바흐암마인 디자인대학교, 루체른 미술디자인대학교, 취리히 예술대학교 등의 총 19개의 학생 과제물이 있으며, 각 포스터를 디자인한 디자이너 학생과 그를 지도한 교수의 이름이 함께 기록해 있다.

왼쪽부터 ➅, ➆
왼쪽부터 ➇, ➈

또 하나, 놓쳐서는 안될 것이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이나 디자인 관련 행사, 박람회 등에 자주 등장하는 모션 포스터다. 모바일이나 태블릿 PC에 AR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전시장에 진열된 포스터를 비추면 액정 속 포스터가 움직이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100 베스테 플라카테》 전시는 ‘좋은 포스터’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포스터는 가장 강렬한 인쇄 매체이다. 여기에 전시된 포스터들은 ‘뻔하지’ 않다. 이 포스터 속 세계는 단순히 평면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질감, 연출, 오브제의 결합, 표현 기법, 인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충실하다. 100개의 포스터를 찬찬히 살펴보길 바란다. 지루한 나의 작업창에 새로운 영감과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➀ ‘건축, 공공기반 시설, 풍경-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구축과 재현’ / 2x골트슈타인(앤드류 골트슈타인, 제프리 골든슈타인), 요슈아 카이스 / 독일 / A1 크기 / 오프셋 인쇄 / 2021

➁ ‘(신자유주의 시대에) 우리는 (사회참여적) 디자이너(학생과 이웃으)로서 (어떻게) (함께) 일하(기를 원하)는가?’ / 샘 김(사진), 신덕호(타이포그래피), 막스 아르프(타이포그래피) / 독일 / A1 크기 / 오프셋 인쇄 / 2021

➂ ‘KM60’ / 엔리코 브라비 / 오스트리아 / 120cm x 82cm / 실크스크린 / 2021

➃ ‘게스너알레’ / 하머 다비트 샤츠, 제라이나 로텐베르거, 토키리스 슁기소바(일러스트레이션 협업), 마틴 파(사진), 밥 랭그리시(사진) / 스위스 / F4 크기 / 실크스크린 / 오프셋 인쇄 / 2021

➄ ‘키일러 보헤(키일 시민 주간) 2021 스마일리’ / 크라우디아바젤 그라픽, 인터락치온 이리 오플라테크, 아드라이노 디테름, 네빈 괴츠만 / 스위스 / F4 크기 / 실크스크린 / 2021

➅ ‘루체른디자인미술대학교 작품전시회 2021’ / 니콜레 부르거 / 루체른디자인미술대학교 과제물 / 스위스 / F4 크기 / 디지털 프린트 / 2021

➆ ‘루체른디자인미술대학교 작품전시회 2021’ / 지나 부리 / 루체른디자인미술대학교 과제물 / 스위스 / F4 크기 / 디지털 프린트 / 2021

➇ ‘째즈 페스티벌 스트로’ / 부슈네그 파울(레이아웃, 그래픽 디자인), 하나피 킬리안(컨셉, 그래픽 디자인, 사진), 바그너 마르쿠스(사진, 글자, 일러스트레이션) / 오스트리아 / A0 크기 / 디지털 프린트 / 2021

➈ ‘리스타트 - 몬트로익스 째즈 페스티벌 2021’ / 헤어만 야미 / 스위스 /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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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소나무 숲 202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