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시

독립영화와 지역 예술가의 협업 | 《diff n poster 2022》

《diff n poster 2022》의 메인 포스터
포스터 디자인: 구김종이

《23회 대구단편영화제》의 부제 ‘파동 : 영화의 물결’ 《디프 앤 포스터(diff n poster)》는 장르에 대한 특성을 이해하고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는 지역 예술가와 독립영화의 협업 프로젝트이다. 영화에 대한 각자의 느낌을 가지고 영화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작업을 통해 2022년 《제23회 대구단편영화제(diff)》 경쟁작 중 43편의 포스터가 탄생했다. 디자이너 43인이 재해석하여 시각화한 이번 작품들의 전시는 9월 30일까지 진행된다.

2022년 8월 24일부터 29일까지 6일간 《제23회 대구단편영화제》가 열렸다. 이와 함께 올해로 5회를 맞이한 전시가 있다. 바로 대구단편영화제의 부대행사인 《diff n poster》 전시이다.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상업영화와는 조금은 성격이 다른, 저예산 단편독립영화와 디자이너가 협업하여 탄생한 43점의 작품을 만나고 왔다.

오오극장 전시 전경

오오극장에는 43점의 포스터들이 한쪽 벽면을 꽉 채우고 있어 꽤 웅장하다는 첫 느낌을 받는다.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포스터가 한곳에 모여있으니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 듯했다. 그래서 포스터 하나하나 주목해서 관람하게 된다기 보다, 전체적인 그림을 먼저 보게 된다. 마치 완성된 하나의 벽화를 보는 것 같다. 그렇게 전체적인 그림을 감상하다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씩 들여다 보게되는 점이 매력적이다. 반면에 더 커먼에서는 어디에 자리를 잡고 앉느냐에 따라 공들여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 달라진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앉아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 얼른 집에 가서 포스터 작업을 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학기가 시작했으니 본격적인 과제가 시작되기 전 감성과 창작 욕구를 충전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더 커먼(The Common) 전시 전경

필자는 현재 대구에서 출판사 사월의 눈을 운영하는 전가경 선생님의 전가경 선생님의 전시 관련 칼럼을 읽고 난 후 전시장을 방문했다. 덕분에 전시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포스터는 영화가 상영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세상에 뿌려지게 된다. 그러나 《diff n poster》 전시의 경우 영화를 관람하고 난 후 제작된 시각적인 리뷰라고 보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그리고 영화제가 끝나도 포스터를 감상할 수 있어서 영화제의 여운을 오래 간직하기에 좋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 몇 점을 소개하면 김승민 감독의 <딩크족> 포스터, 윤진 감독의<걷다 보니 아버지가 된다> 포스터, 조현서 감독의 <터>포스터, 최지훈 & 함윤이 감독의 <낙마주의> 포스터 등이다. 영화가 어떤 내용인지 추측하고 찾아보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포스터를 그려낸 디자이너의 주관적인 해석과 표현, 그리고 센스를 함께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전시회를 관람하는 묘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포스터를 보고 흥미가 생겨 영화를 관람하고 싶어도 관람이 어려워서 ‘맞아, 이 영화는 이런 느낌이지!’ 하는 짜릿한 공감이 함께 할 수 없다. 대부분의 저예산 단편독립영화는 우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대형 복합 상업 영화관에서 상영을 못하고 영화제 기간에만 관람할 수 있다. 홍보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영화의 스틸컷을 포스터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그동안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영화니까 당연하다고 여겨왔거나 비주류 문화라고 생각해서 모른척 한 것일지도 모른다. 《diff n poster》는 지역 영상 창작자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시작됐다. 단순히 포스터를 디자인하는 차원을 넘어, 서로의 영역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협업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전시 취지에 공감한다면 내년 전시 작품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는 것은 어떨까?

‘지역에서 생산된 영화는 재미없을 것 같다, 세계관이 독특한 것 같다’등 단편독립영화에 대한 다양한 선입견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실제로 관람해보면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들이 꽤나 많다고 한다. 대구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지역 영상 창작물 발전과 대구 영화인을 발굴해내기 위해 ‘대구영화학교'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diff n poster》 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와 대구영화학교에 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볼 계획이다.

전시는 8월 22일부터 8월 30일까지 ‘ECC 커피’, ‘에버글로우(Everglow)’, ‘이얼즈(YEARS)’에서 1차적으로 끝마쳤다. 8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는 ‘오오극장’과 제로웨이스트 샵 ‘더커먼(The Commom)’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 공간에 따라 전해지는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 두 공간을 모두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➀ ‘단편영화를 위한 포스터를 본 적이 있나요’, 전가경 사월의눈 대표, 영남일보, 2022.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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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회탈 20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