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시

독립출판사 ‘Breakfastclub Press’ 대표 | 김민정

<Fire>, Poster for Magazin of «Akulka school» based in Moscow, 2020

Q. 영-시인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영남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한 07학번 김민정입니다.

Q.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작가명 ‘미늉킴’으로 일러스트레이터 및 코믹 작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만화책과 그림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독립 출판사 Breakfastclub Press를 운영 중이기도 합니다.

Breakfastclub Press는 작가명 ‘묘지’로 저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정지윤 작가와 둘이서 운영 중인 곳으로, 사무실과 리소 프린트기를 스튜디오 구김종이와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스튜디오 구김 종이를 운영 중인 구민호 디자이너가 저희 출판사의 이것저것 일을 돕기도 합니다.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나요?

일어나면 가장 먼저 10분 정도 저의 반려묘 종이와 뒹굴거리다가 천천히 출근 준비를 합니다. 삼덕동에 있는 작업실에 도착하자마자 근처 카페나 작업실에서 내린 커피로 카페인을 충전한 다음, 메일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출근하고부터 저녁까지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기는 하지만, 요즘에는 출판사 삽화 그리는 일을 하고 있어서 생활이 규칙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주로 종이에게 줄 영양제를 만들거나 화장실 청소 등과 같은 소일거리를 합니다. 그 후에는 핸드폰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거 없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Breakfastclub Press 작업실

Q. 일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가 있다면?

돈이랑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계형 작업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작업비가 중요하고, 약속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해서 일정을 꼼꼼히 체크하는 편입니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Breakfastclub Press에서 처음으로 출판한 단행 『수입 코너』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수입 코너』는 독일 유학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전부터 오랫동안 기획하고 준비한 책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여성 그림작가 22명을 모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코믹으로 풀어 놓은 앤솔로지 코믹북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주 많은 작가와 교류하게 되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모으면서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 그리고 여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입 코너』 표지 및 내지
북 디자인: 구김종이, 표지 그림: 미늉킴

그리고 또 다른 프로젝트는 와이즈만 출판사 ((주) 창의와 탐구)의 『엉뚱하지만 과학입니다』라는 책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림이 아주 많이 들어가는 책이라 작업 분량이 엄청났다는 점도 인상 깊었지만, 저작권 양도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저에게 큰 힘이 되어줬습니다. 출판사와 일하는 것이 잦기 때문에 매번 부당한 요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관행처럼 늘 저작권을 양도한다는 계약사항에 체크하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책의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저작권 양도를 요구하지 않는 출판사와 일하는 게 처음이라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견적서와 계약서 작성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분야를 떠나서 디자이너의 올바른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후배님들이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아니라 혼자서 일하게 된다면 분명 저와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몇 푼 더 벌려고 자기 자신을 낮추는 행동이, 다른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자각이 있어야 합니다.

Q. 요즘 가장 좋을 때와 가장 힘들 때는?

가장 좋을 때는 역시 입금 확인입니다. 또, 워라밸이 중요한 타입이라 예상한 시간에 작업이 마무리되면 기분이 좋습니다.

가장 힘든 점은, 동물 학대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법규 강화나 관련 범죄 처벌 강화 같은 안이 올라오면 꼭 참여를 하는 편인데, 동물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에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독일은 동물 법이 강력한 나라이기 때문에 반려견의 산책을 제시간에 해주지 않고 오랜 시간 방치하는 것만으로도 범법행위가 됩니다. 그에 비해 여기는 반경 1미터 삶을 사는 아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후원하고 있는 유기견 보호소만 봐도 혈통에 대한 비틀린 상식 때문에 혈통이 불분명한 유기견들이 대부분 힘들게 해외로 입양을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닭이나 소, 돼지 등 가축에 대한 법률도 미비한 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작업실이 있는 삼덕동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고양이가 길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혹시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취하는 후배님들 중에 반려묘나 반려견을 길에 버리려는 사람이 있다면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동물의 야생성은 타고난 본능이 아닙니다. 집에서 사람의 보호를 받으면서 자란 동물은 길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Q. 일하시는 분야를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첫째, 한 우물만 파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관심 분야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학생이니까 완전히 자기 분야가 생기고, 깊게 파고드는 일은 나중에 당연히 하게 돼 있습니다. 저는 타이포그래피 동아리 구포인트 출신이고, 북디자이너로 일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은 늘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기 때문에 결국에는 다시 학교에 가서 분야를 바꿨습니다. 시행착오는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를 찾더라도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그럴 때 선택지가 많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가장 좋은 방법은 많이 그리기입니다. 그때그때 트렌드를 잘 파악해서 흘러가는 작업자도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독창성을 가지는 것인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기 그림이 지금 잘나가는 누군가처럼 멋지지 않다고 좌절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그리다 보면 언젠가 진짜를 찾을 날이 올 거라 생각합니다.

<No planet, no love>, Poster for the Exhibition «No Planet No Fun» in Barcelona,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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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구민호 2022.04.07.